대학원생 갑질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
진상조사·인권실태조사 결과 공개 촉구
"인권 유린하는 대학 되지 말아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등 12개 시민사회단체가 유족과 함께 지난 6일 우리 대학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대학원 연구실의 구조적 문제와 교수들의 갑질로 인한 대학원생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대학에 네 가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첫째, 진상조사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고 대학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라. 둘째,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피해사례 발견 시 엄정 조치하며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셋째, 사건 발생 4개월이 지났음에도 방치하고 있는 가해 교수들을 즉각 징계하라. 넷째,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연구윤리 위반 등 추가 혐의를 지체 없이 고발하라.
기자회견장에는 고인의 동생인 이승원(국어국문·22)씨의 절규가 회견장을 울렸다. 이씨는 "연구를 하러 대학에 갔던 형은 연구실이 아니라 지옥에 있었다"며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려면 허락을 받아야 했고, 대학원생이 아니라 노예였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은 형을 학생으로도 사람으로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형이 투신 전 마지막으로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는 "교수들 너희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했냐. 너희가 사람 한 명 죽이는 거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는 "우리는 형이 죽은 게 아니라 저들이 죽였다고 생각한다"며 "학생을 한 손에 쥔 교수가 양반이 종 부리듯이 대학원생을 지배하는 구조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형이 교수에게 꼭 하고 싶었다는 말을 전하며 "제발 어른이 되십시오. 사람이 이렇게 다뤄져선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오은영 녹색당 운영위원은 "한창 학문에 대한 열정과 꿈을 갖고 있었을 이 청년이 왜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 걱정스러웠다"며 "대학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취하고 진상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은 그들의 성과만 알릴 뿐 진상조사에 대한 소식은 없었고, 고인은 조용히 잊혀만 갔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준현 지부장은 "전남대가 학문의 공간이 아니라 인권이 유린되고 청춘들이 쓰러져가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이번 싸움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송창운 변호사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남은 학생들은 다시는 그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바뀌어 가기를 기대한다"며 "전남대가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신승환(고분자융합소재공학·19) 총학생회장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책을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무겁게 책임을 느낀다"며 "이에 대해서는 학생회뿐 아니라 대학본부와 교수, 그리고 학내 여러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기자회견 하루 전날인 5일 인스타그램 게시물과 학과 공지방을 통해 기자회견 참여를 독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