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도시, 타이중 ③ 양림동

마을 촌장이 벽에 그림 그리며 유명해져
“펭귄마을이라는 스토리가 좋아”
펭귄마을 공예 협의체, 달에 한 번씩 회의
“임대료 줄여주면 좋겠어”

‘도시재생’이란 쇠퇴하는 도시를 대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도시를 활성화하는 것을 말한다. 근대화 이후 한국은 수도권 중심화가 심해지며 지방 도시의 쇠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만 또한 고령화, 인구집중으로 지역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지역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의 매력을 높이는 도시 재생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만에 이어 한국에도 도시재생 사례가 있다. 그중 양림동은 광주 도시재생 사례의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지난 3일 양림동 펭귄마을에 방문하여 양림동이 도시재생 사례로 꼽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안정현씨가 펭귄마을 벽면에 글귀를 남기고 있다.
안정현씨가 펭귄마을 벽면에 글귀를 남기고 있다.

양림동 펭귄마을에 방문한 지난 3일은 개천절이었다. 비가 많이 왔지만 드문드문 거리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특히 골목골목 벽마다 쓰여져 있는 글귀들이 인기였다. 김동균(72) 펭귄마을 촌장이 쓴 글귀들이다.

전주에서 당일치기로 광주에 놀러 왔다는 안정현(20)씨는 “네이버에 광주라고 검색하니 펭귄마을이 가장 많이 떴다”며 “생각보다 넓고 볼 게 많다”고 말했다. 안씨도 같이 온 친구와 함께 벽 한곳에 글귀를 적어놓고 갔다.

양림동 펭귄마을은 2013년 김 촌장이 직접 만든 마을이다. 당시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마을에 노인들만 남자 빈집들이 늘어났다. 그걸 본 김 촌장이 벽에 그림을 그리고 글귀를 써넣기 시작했다. 그는 “그걸 본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이게 점점 알려져서 2016년쯤부터 사진 찍으면 잘 나오는 거리로 펭귄마을이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펭귄마을이 유명한 건 벽화뿐만이 아니다. 펭귄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한옥 밑 커다란 펭귄 조형물이 보인다. ‘펭귄마을’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도 김 촌장 덕분이다. 김 촌장은 “동네 어르신 한 분이 걷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나도 펭귄을 닮았었다”며 “재미 삼아 펭귄마을로 하자고 해서 펭귄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이 지금 76세인데 아직도 그 골목길에서 살고 계신다”고 말했다.

펭귄마을에서 공예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ㄱ 사장은 “지난주에 펭귄마을에 오려고 광주를 방문한 가족들을 봤다”며 “아기가 펭귄을 너무 좋아해서 인터넷에 검색했는데 펭귄마을이라는 곳이 있어 와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를 잘 짰다는 느낌이 든다”며 “펭귄마을 스토리를 만든 촌장님도 여기 상주해 계시니 나름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펭귄마을 인기로 모여드는 상점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은꽃’ 김희영 사장.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은꽃’ 김희영 사장.

펭귄마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침체됐던 양림동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ㄱ 사장은 “양림동 투자의 첫 시작은 펭귄마을이 맞는 것 같다”며 “원래 양림동 자체도 3·1운동이나 선교사 주택 등 역사적인 정체성이 있었는데 펭귄마을이 관광 요소를 더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펭귄마을에는 2020년에 조성된 공예거리가 있다. 펭귄마을의 은공예 상점 ‘은꽃’의 김희영 사장에 의하면 남구청이 20년 전부터 빈집을 조금씩 사들였다가 2020년 공예거리를 만들어서 공예가들에게 싼 임대료로 빌려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예거리가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김 사장은 “남구청이 낙후된 동네를 살려보겠다고 집을 사들였다”며 “공예인들이 들어오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ㄱ 사장도 “양림동 내에서는 그래도 펭귄마을이 가장 알려져 있기에 들어왔다”며 “제가 계속 양림동에서 살았다 보니 기존에 있는 가게 사장님들과 약간의 교류가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댕스플라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은 사장은 올해 공예거리에 들어왔다. 이 사장은 “원래 나주에 있었다”며 “공예거리에 TO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사를 거쳐 올해 2월 계약서를 쓰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남구청에서는 펭귄마을 공예거리에 플리마켓을 열거나 임대료를 조금 더 낮추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양림동 시세에 비해서는 월세가 살짝 저렴한 정도”라며 “여기가 관광지다 보니까 단체 관광객들에게 수업을 할 때 수업료가 조금 주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펭귄마을 공예 협의체’가 있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하기도 한다. 회의에서는 그 달에 맞춰 이루어지는 행사에 어떻게 참여할지 고민하거나 양림동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방안을 함께 나눠보기도 한다. ㄱ 사장은 “화단 관리 등 환경에 대한 것도 얘기한다”며 “외부에서 공예 전시를 하게 된다면 협의체 이름으로 같이 참여하는 등 공동체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양림수작’이라는 아트 축제가 열린다. 남구청이 주관하는 행사로 사람들은 펭귄마을 공예거리에 찾아와 무료로 공예체험을 할 수 있다. 양림수작은 둘째·넷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상인들 “지속적 관리 필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동균 펭귄마을 촌장.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동균 펭귄마을 촌장.

한때 골목이 북적거릴 정도로 사람이 많이 찾던 곳이지만 코로나19 후 관람객이 줄어든 펭귄마을. 김 촌장은 “요즘에 좀 더 관광객이 줄은 것을 느낀다”며 “지속적으로 발전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촌장은 “펭귄마을에는 즐길거리와 먹거리가 부족하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며 “펭귄마을 공예거리는 공원 부지라 먹거리를 판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무리 해도 최선은 여기까지”라며 “누군가 펭귄마을이 더 앞으로 나갈 수 있게끔 힘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예거리 사장들도 남구청의 지원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임대료 부분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김 사장은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며 “코로나19 이후 임대료를 못 버티고 나간 가게들이 엄청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번 남구청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절대 깎아주지 않더라”며 한탄했다.

이 사장도 “여기가 관광지라 사람들이 자동으로 모이는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공방 사장님들끼리는 임대료를 조금 더 저렴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남구청이 무분별하게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ㄱ 사장은 “양림동에 펭귄마을도 있고, 사직도서관도 있고, 호랑나무가시길도 있지만 그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관광 스토리가 없다”며 “가볼 만한 데라고 하는 곳이 다 서로 떨어져 있으니까 사람들 입장에선 끊어져 있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사실 지원이 많다고 느끼지 못한다”며 “남구청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

펭귄마을 공예거리로 들어가는 입구.
펭귄마을 공예거리로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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