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생 마음 건강 리포트
“누구나 쉽게 상담받을 수 있어야”
“지자체 복지 기관과 연결 등 해결책 주길”
인간관계, 감정 조절, 자기 이해, 중독, 진로, 금전적 어려움……. 오늘날 대학생들의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상담 받은 경험이 있는 우리 대학 학생 6명에게 어떤 고민이 있었고, 어떤 상담이 필요한지 들었다. 상담 내용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취재원들이 요청한 가명을 사용했다.
‘아까 내가 괜히 분위기를 망친 건 아닐까?’
밤마다 하루 동안 했던 말이나 행동을 떠올리다 잠에 들지 못하던 여름씨는 학생생활상담센터(학생센터)에 개인 상담을 신청했다. 대학 밖에서 상담 받으려면 돈도 꽤 들고, 예약도 복잡해 내린 선택이다. 곧바로 진행된 상담에서 해결책을 제시받진 못했지만 속으로 삼키던 얘기들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만으로 도움이 됐다. 여름씨는 “듣는 사람이 내 편이라는 확신이 있어 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여름씨처럼 학생센터에 개인 상담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2019년 1,670명, 2021년 2,016명, 지난해에는 2,162명의 학생들이 개인 상담을 받았다. 학생센터에 따르면 학생들이 상담 받고자 하는 내용은 △자살 충동 같은 위기 상담 △우울, 불안, 강박 등 정신건강 △대인관계 △성격 △대학 생활 적응 △연애‧성 △진로 △가정 문제 등 다양하며, 정신건강이 주를 이룬다.
“나의 이야기를 아는 상담사를 학교에서 마주칠까 불편해요.”
학생센터는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람씨는 그래서 두려웠다.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학생센터는 공적-사적 경계가 불안해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 외부 개인 상담센터를 찾았다.
바람씨가 생각한 오늘날 청년들이 마주한 고민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는 “청소년 시기에 시작했어야 할 고민을 입시 때문에 못 하니까 대학에 들어와서 시작한다”며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니 타인과 교류하고, 팀플 하는 것도 꺼려지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 2-3달간 매주 상담받았던 바람씨는 자신만의 감정과 논리에서 벗어난 상태로 상황을 명확히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친절하게 경청하는 상담사는 학생들이 마음을 털어놓게 했다. 인간관계와 진로 고민에 고등학교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상담 받았던 신입생 악어씨는 “고민이 해결되진 않았지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했다”고 말했다. 바람씨도 “항상 옅은 미소를 띠고 말을 들어주는 상담사의 태도 덕분에 마음이 열렸다”고 했다.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 걱정돼요.”
상담사에게조차 이야기를 터놓기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마인드카페 전화 상담을 이용한 정원씨, 지자체 센터 온라인 상담을 이용한 도영씨는 비대면이라서 마음 놓고 상담 받을 수 있었다. 정원씨는 무기력과 우울, 불안 등 감정 조절이 어려워 상담을 신청했다. 학생센터에서도 상담을 받았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른 곳을 찾은 것이었다. 정원씨는 “개인정보를 최소한으로 제공하니 더 진솔하게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영씨는 연락이 올까 불안해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게 되는 불안감, 중독을 상담 받았다. 온라인 게시판에 익명으로 고민을 남기고 상담을 신청할 수 있어 안심됐다. 10분여 짧은 통화 시간 동안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지만, 자신의 말을 들어주려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도영씨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빠르게 상담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장점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익명 보장이 되지 않기에 집단 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도 판단했다. 상담 시스템에 더 필요한 점으로는 “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지자체 복지 기관과 연결해주는 등 해결책을 주는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대면이라 부담 덜했지만…”
우리 대학 심리학과에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이용했던 해은씨는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비대면이라 부담 없이 시작했지만 설문이 하루에도 3, 4번씩 몰아치자 힘들어졌다. 지속적인 다이어트 실패와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쳤던 해은씨는 “설문이 너무 많아 갈수록 하기 귀찮아졌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속적으로 케어해주는 방식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6분마다 1명씩 죽는 나라, 20년째 OECD 자살률 1위, 청년층 사망 원인 1위 자살.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무서운 숫자다. 코로나19 이후 청년 우울증과 자살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지난 2년 1개월 사이 4명의 학생이 정신적 문제로 사망했다. 청년들의 마음건강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답변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에 대한 선호도는 달랐지만, 마음 편히 내 이야기를 터놓을 곳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같았다. 학생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비용 부담이 적고 △개인정보가 보호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전문적인 △친절한 상담을 필요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