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동 침수 원인 복합적

복개하천·방수벽·불투수 면적까지
주민 소송·대책 논의 이어져

복개된 하천, 막힌 물길

지난 7월 30일 침수로 인해 고장난 보람주유소의 컴퓨터를 손보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침수로 인해 고장난 보람주유소의 컴퓨터를 손보고 있다.

큰 비가 올 때마다 신안동이 잠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신안동은 원래 물이 지나가는 하천이 있었다.

정문 앞 용봉로는 원래 서방천과 용봉천이 흐르던 자리다. 용봉천은 우리 대학 정문 근처에서 서방천과 합류하여 신안교 아래로 유입되는 하천이었다. 그러나 용봉천 8.61km의 물길은 1997년 일곡동과 신안동을 잇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복개되었다. 서방천도 상부는 도로로 복개되고 하부는 하수도로 이용되며 하천기능을 상실한 폐천이 되었다.

이번 폭우 후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예전에 물이 지나가던 곳을 복개하고 길을 냈기에 물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 정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강식 ‘보람주유소’ 대표는 “여기 용봉동 도로가 옛날엔 하천이었다”며 “그 물길의 저지대인 여기로 물이 다 모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이 침수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잡으려면 모인 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게끔 해야 한다”며 “여기로 모인 물이 다른 곳으로 방류가 될 수 있도록 하천을 넓히는 공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큰 공사를 하지 않는 이상, 큰 비가 올 때마다 신안동은 계속 피해를 입을 것이다”면서도 “하천 공사는 시에서도 쉽게 손을 못 대는 상당한 금액이 든다더라”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 시장은 지난달 4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기자 차담회에서 서방천 복개도로인 북구청~신안교 1.6km 구간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일차적인 검토를 했을 때 서방천 복원 비용이 6천10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검토 단계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홍수방어벽이 부른 역효과

신안교 일대를 따라 홍수방어벽이 설치돼 있다.
신안교 일대를 따라 홍수방어벽이 설치돼 있다.

하천 공사같이 대규모 토목공사만이 답은 아니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강상현 연구원은 북구 서방천과 맞닿은 1.5m 높이의 투명 홍수방어벽이 이번 폭우에서 신안동을 잠기게 한 주요 이유로 꼽았다. 강 연구원은 “언론에서 잘 알려진 대로, 신안교 옆 하천에는 홍수방어벽이 있다”며 “하천에서 물이 범람하지 못하게 하는 벽이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물길을 가뒀다”고 말했다. 그는 “방수벽에는 물이 빠져나가게끔 설계된 구멍이 뚫려 있다”며 “비가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많이 오는데 그게 원활히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구멍이 작거나 적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부 북구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대책위원회를 꾸려 광주시와 북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 고발에 나설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복개하천 다음으로 신안동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게 광주의 불투수 면적이다. 불투수 면적이란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빗물이 스며들지 않는 인공 지표면을 의미한다. 불투수 면적은 물 흡수율이 낮고 태양열은 흡수해 온도를 높이고 도시 침수를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다.

환경부 환경공간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현재 광주 불투수 면적은 전체의 25.8%다. 그러나 불투수 면적 또한 침수의 지배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강 연구원은는 “도시화된 지역 대부분은 불투수 면적이 크다”며 “그렇다고 모든 도시화된 지역이 다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불투수 면적에 의해 침수가 됐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향은 있겠지만 지배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전남대 앞쪽이 원래 지대가 낮기도 하고, 사방에서 물이 모이는 구조다”며 “빗물이 하천으로 빨리 빠져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빠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비도 한 번에 너무 많이 쏟아졌다”며 “그런 요인들이 복합해서 침수가 됐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 대책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자 북구는 여러 대책을 통해 막힌 물길을 뚫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북구는 지난달 19일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주민 지원 및 침수예방 대책 보고회’를 가지고 7개 권역, 22개 사업을 추진 및 건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으로는 신안철교 재가설, 용봉천 우회수로 설치 등이 있다. 신안철교는 서방천 내 위치한 곳으로 큰 비가 내릴 때마다 침수가 되풀이 된 구간이다. 북구는 신안철교에 설치된 6개 교각이 하천 단면을 좁혀 수위 상승을 불러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교각 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용봉천 구간은 복개 구간이기 때문에 빗물 배제가 원활하지 않다고 한다. 북구는 이 구간에 별도의 우회수로를 신설하여 빗물을 영산강으로 직접 방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구는 이날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주민 지원책도 함께 안내했다. 피해 주민들은 국세·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등 총 37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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