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법률 지식 ④ 저작권
사적인 이용은 저작권 침해로부터 면책
인쇄소서 교재 스캔도 명백한 저작권 침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법과 끊임없이 맞닥뜨린다. 그러나 법은 어렵고 복잡하며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도 막막하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전대신문>이 연재 기획 ‘알아 두면 쓸모 있는 법률지식’을 시작한다. 해당 기획에서는 대학생들이 실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알기 쉽게 풀어본다.
마지막 주제는 저작권법이다. 대학생들은 수업을 들을 때 종이 교재보다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종이 교재를 복제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시험에 관한 정보인 '족보'를 온라인에서 구매하거나 지인으로부터 받곤 한다. 수업을 녹음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는 이러한 행위들이 어렴풋이 저작권법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저작권 침해인지 정확히 모른다. <전대신문>이 이러한 저작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류시원 교수에게 물었다.
Q. 족보를 만들었는데 저작권법상 문제가 될까요?
우선 저작권 침해를 따지기 위해선 족보가 저작물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교수가 직접 만든 시험 문항의 창작성이 인정되면 저작물로 보호됩니다. 창작성의 수준은 높지 않아도 되며, 독자적인 개성이 드러나는 표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수식으로만 구성되어 있거나 누가 봐도 같거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아주 짧은 문항은 저작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험 문제를 그대로 옮기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시험 내용을 기억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아이디어의 모방이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표현'의 모방에만 적용되며, '아이디어'의 모방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족보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면 법적으로 처벌받나요?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을 크게 복제, 배포, 전송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전송은 온라인을, 배포는 오프라인을 통한 전달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배포는 1명에게만 전달하더라도 적용됩니다.
예컨대 최초로 족보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은 시험 문제를 거의 그대로 재구성하여 유포하므로 복제 및 배포 행위를 동시에 저지른 것으로 간주되어 더 큰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인쇄된 족보를 건네주는 배포자인 2차 판매자 역시 배포 행위에 해당하여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돈을 받지 않고 족보를 나누어주는 행위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금전적 대가가 없었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손해배상액 산정이나 형사 처벌 시 양형에는 참작될 수 있습니다. 다만, 족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 더 강하게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죄는 원칙적으로 친고죄로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영리 목적이거나 상습적인 침해의 경우에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 없이도 수사기관이 인지하여 처벌할 수 있어 처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Q. 족보를 사는 것만으로도 저작권 침해인가요?
족보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족보를 사고 싶다"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은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처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으로 족보를 다운로드받거나 이메일로 전송받아 저장하는 행위는 복제 행위에 해당하므로 구매자도 복제권 침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Q. 수업에서 쓰기 위해 교재를 복사했는데 저작권법상 문제가 되나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교재나, 교수가 직접 만든 교재를 복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재의 불법 복제는 족보 불법 복제보다 법적 위험성이 더 높으므로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시판 교재가 거의 대부분 저작물이며, 출판사들이 저작권 침해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시험 출제자인 교수가 족보 문제에 소극적인 경우도 있지만, 출판사들은 매출 감소로 인해 불법 복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험 교재나 수업용 교재 출판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에 학생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여 처벌받은 실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영리적이고 상습적인 경우에는 처벌이 더욱 강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Q.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경우인가요?
저작권법 제30조에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규정이 있지만,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 또는 가정적인 범위 내에서 이용하기 위한 복제에 한해 허용됩니다. 예를 들어, 가정용 스캐너로 스캔하거나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공중 복사기나 복사실, 복사 업체에서 복제하는 것은 사적 이용 범위를 벗어나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특히 돈을 받고 복사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가정적인 범위'는 자신과 아주 가까운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정도만 포함합니다. 예컨대 CD를 MP3 파일로 추출하여 자신이나 형제, 동거 가족이 듣는 것은 인정되지만, 친구에게 주거나 공유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범위를 넘어섭니다. 스터디원끼리 보기 위한 교재 복제도 허용되지 않는데, 이는 한 권을 구매하여 여러 명이 보는 것이 저작권자의 판매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Q. 강의를 녹음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인가요?
교수의 강의를 허락 없이 녹음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작물은 반드시 물리적인 형태로 고정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강의도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강의를 녹음하거나 녹화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녹음이 불법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복습 목적으로 강의를 녹음하는 것은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규정에 따라 면책됩니다.
문제는 녹음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때 발생합니다. 녹음한 강의를 타인에게 판매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다른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사적 이용의 범위를 명백히 넘어섭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여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수에게 "녹음해도 돼요?"라고 질문하여 "그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행위가 허락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교수의 "그래"라는 답변은 '녹음해서 본인만 들어라'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녹음 이외의 다른 행위, 예를 들어 녹음본을 다른 사람에게 배포하거나 전송하는 행위는 별도의 명확한 허락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추가적인 허락 없이 녹음본을 공유한다면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이번 저작권법을 마지막으로 '알아두면 쓸모 있는 법률 지식' 기획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