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의 결론 첫 문장을 연 헌법 제1조 1항. 간결하고 단호한 이 문장으로 헌법재판소는 분명한 좌표를 제시했다. 헌재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롯한 행위가 헌법 질서를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탄핵소추 사유로 제시된 다섯 가지 위헌·위법 행위를 모두 인정한, 이례적이고도 명확한 헌법적 판결이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와 함께, 이번 판결문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대통령 파면에 이르는 과정을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게 설명했으며, 무엇보다 정치권의 답답함과 국가 권력의 비정상적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느꼈던 혼란과 의구심에 헌재가 정확히 응답했다는 평가다. 복잡한 법리를 보통의 사람들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점,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번 헌재의 판결문이 ‘명문’이라고 불리우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문장을 결론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더없이 상징적이다. 이 문장은 단순히 헌법책 속의 선언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끊임없이 되묻는 말이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명료한 원칙은 흔들리는 시대마다 우리가 되돌아가야 할 자리이자,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국민들이 기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근거다. 윤석열의 잘못은 바로 이 근본적인 원칙을 무너뜨리고, 민주공화국의 핵심인 국민주권과 헌법적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데 있다. 어떤 대통령, 어떤 권력자라도 결코 이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대하고도 역사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의 언어로 헌법의 정신을 풀어낸 이유 또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의 가장 앞머리에 이 문장이 자리 잡은 이유는 국민 모두가 주권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이 문장을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정치적 혼란과 혐오 속에서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헌법의 첫 문장을 되새기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나아가는 것이다. 헌법이 선언한 민주공화국은 우리가 함께 써 내려가는 이야기이며, 더 성숙한 사회를 향한 공동체적 다짐이다. 헌재가 명문으로 써낸 이 판결의 다음 문장은 이제 우리 각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