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 현장

하루 5천명 이상 추모
10·20대 가장 많아
추모 현장 묵묵히 지킨 봉사자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181명의 추억을 담고 귀국할 예정이었던 비행기가 추락했다. 생존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끔찍한 참사였다. 85명이라는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광주에는 5·18민주광장(광장)에 합동분향소(분향소)가 차려졌다. 한 해의 끝부터 시작된 추모는 또 다른 한 해의 시작까지도 이어졌다. 분향소는 12월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일주일 동안 광장에서 진행됐다. 기자가 12월 31일과 지난 1일 분향소에 다녀왔다. 

“어린아이 참변 가슴 아파”

지난 해 12월 31일 시민들이 분향소에서 추모하는 모습이다.
지난 해 12월 31일 시민들이 분향소에서 추모하는 모습이다.

새해부터 수많은 사람이 추모를 위해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을 수놓은 국화와 화환들이 참사의 슬픔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국화도 모두의 슬픔을 대변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이 인재와 다름없다는 ㄱ씨는 “비행기를 만들고 관리하는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며 “마땅히 할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나라가 안정되어 각자가 할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안 되는 것 같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의 상당수는 가족여행 관광객이었다. 한 아이의 아버지인 ㄴ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린아이들도 참변을 당하다 보니 마음이 아파서 오게 되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비쳤다. 이어 “친구의 아버지도 비행기에 타고 계셨다”고 슬픔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슬퍼하고 있었다. 그중 어린 학생들과 20대 청년들이 많이 왔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눈물 흘리고 슬퍼했다. 추모를 위해 화순에서 왔다는 고등학생 ㄷ씨는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해가 지고 날이 추워져도 이어졌다. 1일 오후 6시 기준 광장에는 △1일차 2,463명 △2일차 5,605명 △3일차 5,084명이 다녀갔다.

추위와 싸우는 자원봉사자

분향소 줄을 기다리는 시민들.
분향소 줄을 기다리는 시민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대로 추모했다. 분향소에는 추운 날씨에도 자진해 국화를 나눠주고 자리를 지키는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신년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추위와 싸우며 희생자를 위해 봉사했다. 사건 당일 오전 9시에 참사 속보를 봤다는 자원봉사자 ㄹ씨는 “내가 행동해야 할 순간이 벌어졌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집안 사정으로 무안 대신 광장에서 봉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춥지는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날씨와 상관없이 마음이 뜨거워졌다”며 “추운 건 자연스레 잊는다”고 답했다.

ㄹ씨는 자원봉사를 하며 광주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양한 연령대의 조문객들이 방문해 놀랐다”며 “3일간 지켜본 결과 10대와 20대가 많았고 방문객들이 서럽게 울고 간다”며 현장을 표현했다. 이어 “하나 되어 모일 수 있기에 광주가 민주화의 도시고 아직은 살만한 공동체다”고 말했다.

먹거리부터 트라우마 심리지원까지

시민들이 분향소 앞에서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있다. 
시민들이 분향소 앞에서 국화 한 송이씩을 들고 있다. 

현장에는 여러 단체와 기관들이 천막에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천막을 지키던 광주광역시 동구체육회 사무국장 ㅁ씨는 “동구체육회의 지도자 중 한 분이 형제와의 여행에서 돌아오다 참변을 당했다”며 “동생은 인천공항으로 형은 무안공항으로 가던 차에 희생돼 너무 안타깝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참담한 사태 뒤에는 상처받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희생자 유가족과 미디어를 통해 참사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대중. 이들의 심리를 위해 나선 봉사자도 현장에 있었다. 남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온 ㅂ씨는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위한 심리지원을 하러 나왔다”며 “국가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상주 대행을 하며 교대로 분향소를 지킨 공무원과 차와 먹거리를 제공해 준 △광주은행 △새마을회 △한국전력공사 등이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애도 표현

오프라인 분향소 말고도 광주시는 12월 31일 광주시 누리집에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추모하기 위해서다. 한 누리꾼은 “평행세계의 그곳에선 안전한 비행을 마쳤길”,“여행 참 재밌었다고 둘러앉아 찍은 사진 구경하고 나중을 기약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길”이라며 애도를 표현했다. 누리집에는 지난 2일 오후 11시 기준 2,269개의 헌화와 2,186개의 추모글이 올라왔다. 이 밖에도 광주는 △광산구 △남구 △북구 △서구 4개의 구청에 합동분향소가 자율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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