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선거 개표 기준 투표율 놓고 학생사회 찬반 “팽팽”
후보자 정당성 확보vs비대위 전환 우려
중선관위장 “내년에도 논의 지속되도록 기반 마련할 것”
지난 2021년 50%에서 33.3%로 하향 조정됐던 총학생회(총학) 선거 개표 기준 투표율을 다시 50%로 상향하자는 의견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찬성 측은 △당선자 정당성 확보 △유권자 의견 중요성 및 책임감 증가 △학생자치 관심 제고 효과 등을, 반대 측은 △선거 무산 및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 우려 △학우 의견 수렴 및 공감대 형성 필요 △이번 선거 결과 통해 현실성 파악 필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박세은(국어교육·22) 중앙선거관리위원장(중선관위장)은 “학우들이 대표성 강화라는 개정안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미선출 등 실효성 문제에 대한 우려와 고민, 무관심도 존재한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학우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중선관위의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개표 기준 투표율이란 ‘유효한 개표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표 참여 비율’로, 이 비율만큼 투표하지 않으면 그 선거는 무효처리 된다.
중운위 부결됐지만 중선관위 노력 계속
올해 공식적인 개표 기준 투표율 개정 논의는 지난 8월 박 중선관위장의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안건 상정으로 시작됐다. 당시 중선관위장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었던 박씨는 8월 24일 28차 중운위에서 의견을 표하고, 31일 29차 중운위에서 의결을 진행했다. 그러나 총학생회칙 124조에 따라 재적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16명 중 9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중운위 안건 상정 외에도 박 중선관위장은 동일 주제의 글을 에브리타임에 게시하고, <전대신문>에 기고했다.<본지 1677호 광장(‘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려면) 참조> 또한 전학대회 안건 상정을 위해 연서를 진행하고, 참여 가능한 단위의 단운위에 참관하며 개정안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을 최대한 높여 ‘학우들이 개정을 원한다’는 강력한 여론을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실질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임기를 마치더라도 이 논의가 지속되도록 체계적인 기반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고 말했다.
‘50% 투표율 달성’ 현실성 판단은 제각각
학생 대표들은 개표 기준 투표율 개정에 대해 찬반이 첨예했다. 김은서(중어중문·23) 인문대 학생회장은 “33.3%라는 기준은 현실적 부담을 덜어주지만 학생회 대표성과 정당성을 약화시킨다”며 “50%가 된다면 단기적으로는 투표율 확보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대표를 직접 뽑는다’는 책임 의식이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개표 가능 투표율을 50%로 두고 있는 단과대에서 당선됐던 황민정(가정교육·23) 사범대 학생회장과 윤동규(생활복지·22) 전 생활대 학생회장도 찬성 입장을 보였다. 황 회장은 “다른 단과대에 비해 필요한 투표율이 높다 보니 더 절실히 다가가야 했다. 나가면 당선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은 “50% 투표율 달성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개표 기준 투표율을 올려 학생회가 학우의 의견을 더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현재의 낮은 투표율을 이유로, 투표율 미달로 인한 학생회 무산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류경권(행정·21) 사회대 학생회장은 “코로나19가 마무리돼 그 전 투표율로 돌아가는 것에 일부 동의하지만 너무 급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학생자치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바꾸면 학생자치의 번영보다는 쇠락으로 이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빈(농업경제·20) 농생대 학생회장은 “너무 이상적이기만 하고 현실 가능성 측면에서 어려운 일”이라며 “50%의 정당성을 좇다가 선출된 대표가 없는 ‘0% 정당성’의 비대위를 맞이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33.3% 투표율로 당선된 학생회가 비대위보다는 정당하고 강력하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주훈(인공지능·22) AI대 학생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출마자 여부와 투표율 등을 통해 학생자치 관심도를 파악하고 학우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이후에 개표 기준 투표율 상향이 현실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2022년에도 논의한 적 있어
개표 기준 투표율 개정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하향 조정한 후 2022년부터 계속되어 왔다. 박 중선관위장은 “2022년에도 학생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개정 필요성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올해와 같은 개표 기준 투표율 개정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당시 중선관위장이었던 유성민(물리교육·21)씨가 중운위에 ‘개표 기준 투표율을 과반수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