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당선, “전남대 73년 역사 자존심 회복”

글로컬대학30 1,000억 확보한 이근배 총장 인터뷰

2025-10-13     이의진 고민서 기자

반드시 선정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
모든 학생이 AI 기본 교육 받을 수 있게 될 것
예산 1,000억, 연차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

우리 대학이 3번의 도전 끝에 글로컬대학30(글로컬대학)에 당선됐다. 글로컬대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부가 당선된 대학에 5년간 총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 대학은 해당 사업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AI 단과대를 운영한 경험을 앞세워 AI 인재 양성, AI 융합 연구 등 ‘AI 혁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전대신문>이 지난 1일 글로컬대학 경과와 내용을 보고하는 수요공청회가 끝난 직후 이근배 총장을 만나 소감과 사업 내용에 대해 물었다. 해당 기사에는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 진행한 질문도 포함했다.

수요공청회가 끝난 후 용봉홀에서 인터뷰를 하는 이근배 총장

Q. 글로컬대학에 당선된 소감은?
글로컬대학을 준비하며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분명 AI 혁신은 우리 대학이 먼저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정부가 AI 강국이 목표라 말하고 AI 융합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발표를 하더라. 그 모든 건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거였다. 우리 대학의 기획계획서를 갖고 정부가 발표를 하나 농담도 했다.
어떤 시험장이든 들어갈 때 이번에는 재시험 안 걸리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글로컬대학 준비하는 동안 그 느낌이 어느 순간에 딱 왔다. 며칠 전 잠에서 깼는데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은 느낌이 싹 오더니 이렇게 좋은 결과가 공개됐다.

Q. 글로컬대학 선정은 우리 대학에 어떤 의미인가?
글로컬대학 당선 소식이 전해진 후 많은 사람들에게 문자를 받았다. 그중 제일 많은 문자는 ‘3년 만에 체증이 내려갔다. 속이 시원하다’는 문자였다. 또 다른 많이 온 문자 중 하나는 ‘이제 어디 가서 전남대도 글로컬 됐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거였다.
글로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성과는 우리 대학이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지난 5개월 동안 50명의 교직원으로 구성된 집필진들이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줬다. 모두 이번만큼은 반드시 글로컬대학에 선정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어떤 과제가 생겨도 우리 대학이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우리 대학의 자신감을 키운 것이 글로컬대학 당선의 첫 번째 성과다. 집필진 교직원들에게 감사하다.
두 번째 성과는 전남대 73년 역사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번엔 꼭 글로컬대학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컬대학 탈락이 단순한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대학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Q. 글로컬대학에 당선됨에 따라 학생들에게는 어떤 기회가 주어지나?
우리 대학의 글로컬대학 사업 핵심은 AI 대전환이다. 이제 우리 학생들도 마이크로디그리나 부전공 등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AI 기본 교육을 대학에서 받을 수 있다.
그렇게 4년 동안 생성형 AI를 쓰는 법을 알고 졸업하면 더 이상 학생들에게 AI는 생소한 분야가 아니게 될 것이다. 이건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이 다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AI 대전환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초 학문이라 하더라도 원론적 내용만 배우기보다 ‘AI 사회학’ ‘AI 인류학’같이 AI를 탑재해 마음대로 활용하며 배우면 더 좋을 것이다.

이근배 총장이 기자에게 글로컬대학 연차별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Q. AI 혁신에 따른 인문대의 불안감이 여전한 것 같은데?
조만간 추석 연휴가 끝나면 이공계, 자연계, 인문·사회계, 예체능계로 그룹을 나눠 글로컬대학과 관련하여 찾아가는 공청회를 할 예정이다.
사실 단순히 생각해 보면 우리 대학은 의대가 강력하다. 이과에도 반도체 이차전지 분야의 연구ㆍ교육 수준이 높다. 쉽게 가려고 생각하면 의대나 이과로 가면 되는데 집필진 50명씩 모아서 열심히 어렵게 간 이유는 글로컬대학으로 1,00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오는데 어느 한 집단만 잘먹고 잘살면 총장 입장에서 그것은 대학의 올바른 발전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구성원 모두가 살고 의대나 이공계 중심이 아닌 인문·사회계도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이 AI 인재 양성이다. 지금 글로컬대학과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라이즈) 사업으로 대학에 들어오는 예산이 많다. 당연히 인문·사회계에도 지원이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남대가 이번 글로컬대학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핵심 이유 중 하나도 지금 글로컬대학에 당선된 27개의 대학 중에 인문학을 제대로 다룬 대학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Q. 글로컬대학이 광주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우리 대학 하면 떠오르는 가장 확실한 것이 무엇이냐를 보여주는 게 글로컬대학 사업이다. 글로컬대학 말고도 지역 대학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끄는 라이즈 사업이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 지역 정주 인구를 늘리는 사업이 라이즈다. 라이즈는 광주캠퍼스가 200억, 여수캠퍼스가 40억 정도를 가져와서 매년 총 240억을 운영한다. 글로컬과 라이즈 연간 예산을 합하면 대충 440억이 매년 우리 대학에 들어온다.
두 사업과 관련하여 어떤 목표를 수립할지 광주 시장과 논의를 나눠보니 두 꼭지가 나왔다. 광주 제조업의 44%를 차지하는 ‘AI 미래 모빌리티’와 광주의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정신을 살린 ‘AI 문화 콘텐츠’다. 우리 대학은 글로컬대학과 라이즈 사업을 통해 광주의 산업 구조와 직결된 두 가지 축을 육성하고자 했다. 두 축의 중간을 AI가 잡고 있다.
우리 대학은 이공계든 인문계든 모두 AI 소양이 기본 탑재가 되도록 혁신기획서를 세웠다. 결국 앞서 말한 광주의 핵심 산업 분야 인재를 이번 사업을 통해 키울 수 있다. 즉 이번 사업은 인재 육성과 지역 사회 발전이 한데 묶이는 구조이다.

Q. 예산 규모가 큰데 사업을 시행할 때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나?
그건 걱정없다. 글로컬대학의 총 예산은 1,000억이지만 그 예산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게 아니다. 1년 차에 5%, 2년 차에 10%, 3년 차에 15%, 4년 차에 25%, 5년 차에 40%로 나눠서 들어온다. 그래서 마지막 해인 2029년에는 400억이 들어온다.
이렇게 예산이 단계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실행계획서에 세운 연차 목표대로 실행하면 큰 문제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AI 융합 인재 양성 부분을 보면 세부 과제로 △AI 융합교육 학사구조 대전환 △인간중심 AI 융합교육 혁신 △지역상생 AI 교육생태계 구축이 있다. 각 항목별로 1년 차부터 5년 차까지 연차별 추진 일정과 내용을 다 짜놨다. 그러니까 이걸 그대로 따라가냐, 못 따라가냐의 문제는 있지만 예산 사용에서 어려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