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1676호 청년의 눈빛으로

2025-06-01     고민서 기자

또 그저 그런 기사를 써버렸다. 공정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겠다는 신입 기자의 다짐은 어디에 두고 온 것인지, 해가 갈수록 타협과 겁만 늘어간다.

하나의 기사를 완성하는 과정은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취재할지, 어떻게 취재할지, 누구의 말을 먼저 적을지, 제목에는 어떤 단어를 넣을지…. 3년째 기자 생활을 해도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작아진다. 이번에도 그랬다.

교수 사회의 싸움은 학생-학생이나 학생-본부보다 어렵고, 질겼다. 팽팽한 의견들을 모두 살펴보고 어렵사리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학생, 설마 반대쪽 입장도 똑같이 담아줄 건 아니지?” “뭐가 맞는 건지 학생기자 스스로 판단을 해보세요” “왜곡 보도하는 기자가 될 건가?” 등 압박들이 다가오자 겁이 났다. 양측에서 압박이 들어오니 어느 한쪽으로라도 치우쳐져선 안 될 것 같았다. 분명 어느 쪽이 공정한 쪽인지 판단을 내렸음에도 말이다. 학생기자로서 교수의 압박을 별것 아닌 걸로 넘길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또 그저 그런 기사를 써버렸다. 학생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셀프 타협’ 끝에 기계적 균형에 의존했다.

아쉬움 가득한 기사를 쓰고 초심을 되찾기 위해 열어본 수습일지에서 한 가지 조언을 발견했다. “학생기자라는 한계를 스스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지난 2023년 수습기자로서 첫 취재를 다녀온 나에게 편집국장 선배가 해준 말이었다. 그렇다, 나는 스스로 ‘학생기자’라는 한계에 갇혀 공정을 잊고 있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으로 두고 있는 필자는 ‘언론의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겹도록 들어왔다. 언론학에서 공정은 기계적 균형이 아닌 올바름을 뜻한다. 즉, 언론인은 공(公)보다 정(正)을 추구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언론은 결코 절대적으로 객관적이거나 평등할 수 없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사실적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올바른 시각으로 사건을 내다보는 게 기자의 역할이다.

환경관리원과 본부가 대립할 때는 상대적 약자인 환경관리원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것이, 일반 학생이 학생회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는 학생회의 의도보다 피해입은 학생들의 말에 더 집중하는 것이 옳았다. 공정에 기반한 결정은 후회되지 않았다.

판단에 대한 확신은 공정을 향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학생기자라는 한계에 갇혀 지레 겁먹는 부끄러운 모습이 아닌, 공정하다고 믿는 대로 보도할 수 있는 기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겁이 나면, 타협하고 싶은 상황이 오면 기억하자. ‘공정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