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치언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이유
2025년 3월 28일, 동덕여대가 학내 유일 자치언론인 교지편집위원회 <목화>의 교지편집비 지급을 중단했다. ‘독립 학생 자치기구인 교지에 학교가 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라는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지면을 발행하고 배포하려면 대학본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체제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는 독립성이라는 명분 아래 재정 지원은 끊으면서 통제권은 유지하려는 이중적 태도다.
대학자치언론의 재정적 어려움은 동덕여대 <목화>만 겪는 일이 아니다. 대학사회의 탈정치화와 정치적 무관심, 스펙화는 대학자치언론의 필요성을 퇴색시키고, 나아가 예산 삭감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다.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교지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서울대 <관악>, 이화여대 <이화교지>, 경상대 <개척자>, 중앙대 <중앙문화>, 동국대 <동국교지> 등). 동덕여대는 “교지 인지도 및 이용률이 낮아 등록금 납부 시 교지편집비를 내는 것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불만이 있었다”며 “교지 발행을 원하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편집비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라는 이유로 <목화>의 재정 지원을 중단했다. 전남대 학생자치언론 <용봉> 또한 지난 2021년 당시 총학생회와의 갈등으로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고, 존폐의 위기에 놓인 적이 있다. <용봉>은 난항 끝에 반강제적인 재정 독립으로 무마했으나, 여전히 위태로운 실정이다.
재정적 어려움, 인력난, 무관심 등의 압박 속에서 대학자치언론인으로 활동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학사회에 자치언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학 사회를 비판·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공간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대학 사회에 알리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대학 내 소식을 전하는 소식통을 넘어, 사회의 여러 이슈를 ‘대학생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외화하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무관심과 시대 흐름을 이유로 대학자치언론의 입을 막는 것은 대학의 공론장을 축소하는 행위다.
대학자치언론은 학생들의 주체성을 기반으로 존속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이 지적했듯이 "교지편집비 지급 중단 조치는 자치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학본부의 입장에서 불편한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압박은 계속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대학자치언론은 정치적이고 불편한 목소리를 계속 내야만 한다.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만,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학자치언론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만들어 나갈 때 ‘우리’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