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이면 소멸, 유잼이면 생존?
■기자수첩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놀란 표정을 짓는 외국인의 사진 혹은 영상, 다들 한 번씩은 봤을 거다. 한국의 합계 출생률 0.78명을 듣고 놀라워하는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교수 모습이다. 강렬한 말과 표정 때문에 잠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지역소멸 기획 취재를 하면서 이 모습이 가끔 떠올랐다.
이번 기획의 큰 주제이자 문제의식이었던 ‘지역소멸’은 한국의 뿌리 깊은 문제다. 뿌리 깊은 문제라는 건 지역소멸의 원인이나 해결법을 한 두 개로 짚기 어렵다는 얘기다. 인구소멸, 수도권중심주의, 인프라 및 일자리 부족이 지역소멸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수도권중심주의, 인구소멸의 원인이 지역소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해 보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들이 긴밀히 연결돼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번 기획을 취재하면서 이렇게 복잡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법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의 지역소멸을 살펴보기 전, 한국과 비슷한 일본으로 가 지방소멸의 극복사례로 여겨지는 가와바마을에 찾아갔다. 가와바마을은 ‘전원플라자’라는 휴게소가 대성한 곳이다. 그곳은 농사를 주로 짓는 농촌이고 여전히 인구소멸위기 지역이지만 해당 휴게소에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경제가 활성화되어있다. 특히 전원플라자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가와바마을로 오는 경우도 많았다.
가와바마을에서 취재하면서 가장 신선했던 건 ‘마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촌장은 오히려 농촌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키겠다며 자연 풍경이야말로 마을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돌아다니며 만났던 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하나같이 지금의 마을을 사랑하고 있었다.
가와바마을에서 돌아와선 한국에서 지배적인 지역소멸 담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노잼 도시’, ‘랜드마크 결여’ 등 지역은 항상 무언가가 부족했고 그걸 채워야 지역이 살 수 있었다. 지역들은 너도나도 축제를 개최하고 재미를 찾으려고 애쓴다. 이게 틀린 방법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지역소멸의 원인과 해결법이 무엇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긴 힘들다. 다만 고민해 봐야 한다. 살기 좋은 지역은 어떤 지역인가?